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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소설의 기초

인상적인 첫문장 쓰는 법

제목이 소설의 첫인상이라면 첫문장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오페라의 서곡이다. 첫문장이 끌리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이어서 읽게 만드는 매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첫문장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첫문장은 마션에 나온 첫문장이다. 화성탐사를 하다 회오리 폭풍에 휘말려 혼자 낙오된 과학자의 화성 생존기가 담겨져 있는 소설이다. 소설 첫문장에 욕설을 쓰는 것은 좋은 예는 아니지만 상황에 맞는다면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첫문장을 만들 수 있다.





1. 구체적일수록 좋다.




다음 두 문장이 있다.


나는 연극 초대장을 받았다.

나는 목요일에 연극 초대장 두 장을 받았다.


둘 중 어떤 문장이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 첫번째는 전자는 연극초대장을 받았다는 정보밖에 없다. 그러나 후자는 언제 받았는지도 나왔고 초대장이 몇 장인지도 나와있다. 이렇게 첫문장은 시공간이나 대상에 대한 정보가 명확할 수록 좋다.




어제 카트리나의 편지를 받았다. 아버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안되었을 때였다. 델라웨어의 월밍턴으로 보낸 편지였는데, 벌써 두 번이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 후였다. 요즘은 사람들이 참 자주 옮겨 다닌다. 이전 주소 위의 가위표나 ‘주소변경’ 스티커가 무슨 추궁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편지는 구겨지고 지저분했는데, 한쪽 모서리는 아예 완전히 접혀 있었다. 편지를 읽고 나서야 내가 전화기를 든 채 거실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스티븐 킹의 소설 <사다리의 마지막 단> 첫 문단이다. 첫문장에는 언제 받았고 누구의 편지인지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그리고 다음문장에 어제가 어떤 날이었는지도 나와있다. 






2. 사건이 벌어지도록 해라




그녀는 어릴 적 물고기 장례식을 한적이 있다.

이라는 문장이 첫문장이라면 다음 문장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든다. 어릴 때 대부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었을 거고 죽은 동물에게 장례식을 해준적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하거나 했던 흔한 것을 대단한 것마냥 첫문장에 써버리면 시시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프란츠 카프의 소설 <소송>에 나오는 첫문장이다.

첫문장부터 요제프 k가 모함을 당한 것이 틀림없다는 의혹을 드러내면서 소설이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문장에는 체포라는 큰 사건이 나온다.



유성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쌓여있던 책들을 정리하고 홍대를 가려던 참이었다. 그는 내리쬐는 햇빛을 그대로 맞으며 합격 명단에 이름 석자를 올리기 위해 살아왔던 지난 1년의 삶을 속셈했다.



다음은 내가 썼던 소설의 첫문장이다. 물론 이게 좋은 예시라고 할수는 없지만 소설 수업을 듣고나서 좋은 첫문장을 쓰는 법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 예시로 한번 가져왔다.


첫문장에 유성이라는 구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천장에 닿을 정도로 많은 책들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장소인 홍대로 가려던 참이라는 사건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문장은 어째서 책이 그렇게 많았나 설명해주는 문장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첫문장이 구체적이고 어떤 눈에 띠는 사건이 벌어지면 다음 문장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쉬워진다.







3. 감정의 폭발은 자제하자.





잘 모르는 사람이 당신을 붙잡으며 갑자기 화를 내거나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면 당혹스러움을 넘어 불쾌한 기분마저 든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첫문장부터 인물이 감정을 표출하면서 물건을 부시고, 화를 내면서 싸우고, 통곡하고 있으면 읽기전부터 지친다. 


죽었다. 병에 걸렸다. 같은 문장을 써도 되지만 여기에 어떤 격정적인 감정이 담겨있으면 안된다. 격정적인 감정은 좀 넣어두었다가 절정부분에 터트려주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매력적인 첫문장과 첫문단을 쓰는 방법들을 알아보았다. 앞으로 소설을 읽을 때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소설의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 

아래 소설들을 읽어보면서 첫문장의 묘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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