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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소설의 기초

짧은 소설이라고 단편이 아니다.




짧다 길다로 엽편, 단편, 장편을 정의 내리는 것은 피상적인 구분이다. 단편 소설의 본질이 장편과는 다르다. 즉 작가가 겨냥하는 구성, 리듬, 언어가 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편 소설은 흥미있는 일화, 내기, 덧 없는 만남, 숨겨져 있는 자질구레한 극적 사실, 혹은 한 인물의 마음 속에 기이한 파동을 지어낸 한 때의 분위기를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사실은 그것이 뿌리내리고 있는 복잡한 인생을 송두리째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작가는 인생의 잠재적인 힘을 번역해 보이려고 노력한다.*


장편은 여러가지 주제와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갈등이 얼키고 셜켜 하나의 집을 만드는 건축에 비유할 수 있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장황하게 전개되고, 잔가지를 치면서 사건이나 인물이 이리저리 우회하고 뒤얽힌다. 


그러나 단편은 부분 부분으로 나뉘는 것이 아닌 작품 전체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특징이 더 뚜렷하다. 장편이 집을 짓는 거라면 단편은 방을 인테리어 하는 것이다. 한가지 주제로 통일성있고 섬세하게 방을 구성해야 좋은 단편이라 불릴 수 있다. 때문에 장편을 쓰는 기법과 단편을 쓰는 기법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좋은 단편을 읽으면 견고하게 구축된 이야기의 압축된 맛이 주는 충격을 느낀다. 

손에 잡히지 않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마음 속에 무언가를 건드리고 인생의 한 부분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또한 가능한 세계를 앞에 놓고 느끼는 불안감과 현기증이 마음 속에 일어나게 한다.*


단편 소설에 경 꼭 갖춰야할 것은 명확성인데 마르셀 레몽은 이를 아래 5가지로 강조한다.


1. 필요한 것만을 말할 것

2.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특징을 부여할 것

3. 자신의 이야기를 믿게 할 것.

4. 독자의 동조를 얻어낼 것.

5. 그 동조하는 태도를 기여코 견지하도록 만들고 그러기 위해 작가는 가장 서슬 푸른 칼날을 발견해가는 힘의 선상에 위치할 것.



*현대 소설론- 소설의 세계, 롤랑 부르뇌프, 43~44P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