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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

외국 단편소설 추천

 세번 읽어봐도 좋을 외국 단편 소설 추천 5




작년 여름 학교에서 소설론 수업을 들으면서 매주 과제로 단편소설을 읽고 토론을 했다. 교수님이 숙제로 내준 소설 모두 재밌게 읽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소설들을 5개 골라봤다.






1. 이언 매큐언의 <나비>




목요일에 나는 난생처음 시체를 보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로 9살 여자아이 제니가 살해당하고 주인공은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점에서 독자는 화자가 의심쩍긴 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몰입해서 읽게된다. 


희귀병으로 인해 친구도 관심가져주는 이도 없이 외롭게 지냈던 주인공의 결핍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준다. 한편으로는 범죄는 사회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왜 1인칭 시점으로 썼을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나온지 오래됐기 때문에 구글에 이언 매큐언 나비라고만 쳐도 바로 텍스트본이 나온다. 저작권을 생각하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서점에 안가고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꿀팁이다.







2. 스티븐 킹의 사다리의 마지막 단




스티븐 킹 하면 <샤이닝>, <캐리>, <미저리> 와 같이 공포 소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포장르가 아닌 소설도 많이 썼다. 사다리의 마지막 단은 아름다우면서도 마음 한켠을 무겁게 만드는 소설이다.


'나'와 여동생 카트리나는 어렸을 적 헛간에서 11m가 넘는 사다리를 타고 건초더미를 향해 뛰어내리는 놀이를 즐겼다. 건초더미를 향해 번지점프를 하는 장면은 상당히 긴 장면을 할애하면서도 언제 사고나는걸까 언제 떨어지는 걸까 라는 불안감을 조성해서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밑에는 분명 건초더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카트리나와 밑에는 건초더미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나'의 대조적인 태도가 소설 끝에서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사다리가 항상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뭐 그런 생각 때문에 개인이든 국가든 문제를 겪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이다. 나의 안전과 행복을 누군가에게 의탁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오가와 요코의 기숙사




15년만에 연락온 사촌동생의 부탁으로 6년간 지냈던 기숙사와 다시 인연을 맺는 '나'는 몹시 외로운 상태였다.

동생의 방문은 그녀의 삶에서 잠시남아 활기를 불어넣었다. '나'는 기숙사에 입사한 동생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다.

갈때마다 사촌동생을 만날 수 없었고 대신 기숙사 선생님과 오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기숙사 선생님은 한쪽 팔과 다리가 없는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 쇄골과 턱을 이용해 물건을 집느라 몸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 기숙사 역시 한 학생의 실종사건을 계기로 그녀의 몸처럼 점차 기울어지고 있었다. 

선생님의 병세는 점점 약화되었고 '나'는 이제 선생님의 병간호를 하러 기숙사에 들른다. 선생님은 나에게 그 학생의 실종사건에 대해 들려준다. 


혹시 기숙사 선생님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하게 될정도로 흡인력과 스릴러(하지만 스릴러는 아닙니다.)를 자랑한다. 왁자지껄한 기숙사의 이미지가 아닌 을씨년스러운 오래된 기숙사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불안한 사람이 불안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어떻게 시선이 왜곡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다.






4. 줌파 라히리의 일시적인 문제




일시적인 문제는 쇼바와 슈큐마가 사는 단지에 오후 8시부터 1시간동안의 단전을 의미하면서도 쇼바와 슈쿠마 사이의 관계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아이가 사산된 후로 둘은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서로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정전이 되면서 둘은 촛불을 키고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 말하지 못했던 비밀들을 털어놓으며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나 정전이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고쳐지면서 그들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민자들의 삶이 녹아든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을 가지고 토론을 할 때 결말 부분을 어떻게 봐야할지 해석이 분분했다. 처음에는 희망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서로 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이 존재한다는 것을 담고 있기도 하다.





5. 허먼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모비딕>의 저자로 유명한 허먼멜빌이 쓴 단편 소설이다. 맨처음에 제목을 접했을 때 필경사가 절 이름인지 알았다. 알고 보니 변호사의 서류를 대신 필사해주는 직업이었다;;  이 책이 과제가 아니였다면 나는 아마 읽다가 중간에 포기 했을지 모른다. 상사의 지시에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로 일관하는 바틀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울하고 창백한 얼굴로 사무실에 앉아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그의 절망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이 답답함은 철저한 자본주의 시각이었다. 개인의 절망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은 채 극복만을 바라는 사회에서 하지 않고 싶다는 말은 바틀비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바틀비외에도 필경사로 나오는 다른 인물들 역시 공부와 일에 지친 현대인의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하기 싫은 일은 물론 부당한 일에도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 라고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