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섬세한 문체로 유명한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봤다.
1. 두근 두근 내인생
빨리 늙는 병인 조로병에 걸린 17살 소년과 너무 빨리 어른이 되버린 34살의 부모의 이야기.
소년은 자신이 죽기전 부모를 위해 부모님의 첫 만남이 담긴 소설을 쓴다. 송혜교 강동원이 주연으로 나온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이다. 중학교3학년때 처음 수행평가로 이책을 접하게 됐는데 그때는 그냥 숙제로 읽게됐지만 17살때 다시 읽어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어린 이파리 처럼 푸르고 아름다웠다. 여름을 형상화한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보고 진심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2. 달려라 아비
김애란 작가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된 계기가 된 책이다
김애란 작가의 데뷔작이 들어있는 이 책은 골목길 가로등같은 색감의 단편이 실려있다. 무책임하게 떠난 아버지에 대한 아픔과 정신적 성숙을 경쾌하게 담아냈다. 이외에도 물건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하는 나는 편의점에 간다, 1인칭 시점으로 내면과 외부를 끊임없이 응시하는 영원한 화자등 섬세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작품들이 들어있다. 주로 아버지의 부재 혹은 변변치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유쾌함속에서도 날카로움을 잊지 않는다. 불안하고 예민했던 19살 시절 정말 위로가 됐던 책이었다
3. 비행운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생겨난 구름을 뜻하는 비행운과 행운의 반댓말인 비행운 사이의 간극사이에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이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라는 서늘한 말이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무섭게 다가온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고공시위가 떠오르는 물 속 골리앗 이외에도 다단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자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가 담긴 서른, 절친 둘이서 여행을 가면서 점차 어긋나는 사이를 섬세하게 그려낸 호텔나약띠가 기억에 남는다. 문장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워서 미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4. 바깥은 여름
상실과 혐오의 폭력성을 다룬 소설. 안에서는 온통 하얀눈이 흩날리지만 구 바깥은 여름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슬퍼하는 이들에게 이제 그만 슬퍼하라는 사회를 향해 슬픔에는 유효기간이 없다고 말하는 입동, 혐오의 피해자가 또 다른 혐오의 가해자가 되는 세상속에서 여성과 어머니로서의 성찰을 보여주는 가리는 손등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오만이라면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하는 소설이다.
5. 침이 고인다.
룸메이트와 같은 방을 쓰며 생활하고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타인이 나의 삶에 비집고 들어왔을 때 생기는 불편함이 불쾌감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소설을 읽다보면 서랍에 오래 묵혀둔 껌처럼 텁텁하게 침이 고인다. 후배가 자신이 즐겼던 취향의 와인과 치즈를 즐길때 묘하게 신경쓰이는 화자의 모습과 본인의 생리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지적에 생리혈을 엉덩이에 묻힌채 어쩔줄 몰라하는 후배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변외편으로 눈먼자들의 국가를 추천한다. 김애란 작가가 유명해지고 연차가 쌓여가면서 소외계층의 삶이 녹아있는 소설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김애란작가의 소설은 항상 나올때마다 기대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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