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가도 아니고 소설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지는 않지만 대학에서 배웠던 소설수업과 문학스터디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기반으로 좋은 소설은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와 같은 비평의 영역이 아닌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창작의 영역에 좀 더 비중을 뒀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다.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서 대화를 한다.
소설의 기원도 내 이야기를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 왔다.
독서라는 건 누군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누군가는 화자고 우리는 청자다.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나와서 행동하는 것이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두번째 도미노가 넘어지는 것은 첫번째 도미노가 쳤기 때문이라는 인과관계가 있고 선후관계가 명확하다. 도미노가 끝까지 완주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도미노가 넘어져서는 안되고 어느 하나라도 비어있으면 안된다.
완결성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도미노처럼 연속성과 인과성이 필수적이다. 인과성은 연속성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회사를 그만두려면 회사에 들어가야하고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싶은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걸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회사에 취직한다 → 기대와 다른 회사생활과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는다.
→ 여기 계속 다닐 바에는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다. →회사를 그만둔다.
여기에서 중간에 하나가 빠진다면 보는 사람들에게 하여금 이사람은 왜 회사를 그만둔거야? 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인과성은 왜? 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연속성이라고 시간이 순서대로 흐르는 건 아니다. 회사를 그만둔 사건부터 시작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될 수 있다. 연속성은 읽었을 때 독자들이 ???? 하는 부분이 없게 A장면이 B로 B에서 C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소설의 연속성과 인과성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인물이다. 사건은 인물의 생각과 행동에서 만들어진다. 캐릭터가 아무 생각도 하지않고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진행되지 못한다.
로맨스 소설에서 둘이 왜 끌리게 되었고 어떻게 감정을 쌓아가는지 보여주려면 각각 인물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성격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설정해야한다. 그런 설정이 없이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설정붕괴가 곳곳에서 발생해버린다. 조용조용하고 혼자서 공상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아무이유도 없이 이성한테 먼저 고백한다고 생각해봐라.
만화캐릭터같은 비현실적인 인물보다 정말 사람처럼 좋은 면도 있고 나쁜면도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소설에 따라 다르다.)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결핍된 부분과 인물이 이루고 싶어하는 욕망을 설정하면 좋다.
남들과 다른 신체적 특징이 있다거나, 타지에서 오래 살아서 외롭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같은 결핍은 건강한 신체를 갖고 싶다거나, 외로움을 해소하기위해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돈이 없는 것이 들키기 싫다는 욕망을 이끌어낸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작가의 대변자다. 왜 그 인물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봐야한다.
요약하자면 소설은 화자가 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고, 이 이야기가 말이 되려면 연속성과 인과성이 있어야하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재밌으려면 등장인물부터 설득력이 있어야한다.
W라는 드라마를 보면 강철이 맨날 하는 말이 있다. "맥락이 없잖아 맥락이."
맥락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설이어도 메시지가 설득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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