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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책 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_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법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으로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됐다.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란 원제목을 평서문으로 번역해서, 독자들이 역으로 왜 존재하지 않는데? 라는 궁금증으로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책 디자인도 보라빛에 판타지 느낌이 물씬 묻어나와서 자꾸 손이 가는 매력이 있다.

 

내용이 단연 좋지만 번역, 디자인, 마케팅이 모두 잘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논 픽션인데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를 따라가게 된다.

이 책에서 핵심은 데이비드 조던의 일생이 아니다.  삶의 커다란 혼란 속에서 인생을 바로잡는 힘은 어디서 나오지? 라는 질문을 풀어내기 위해 조던을 제시한 것이다.

 

본인의 잘못으로 애인과 이별하고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한 작가는 인생은 아무 의미없고 우린 그저 작은 먼지일뿐이니,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살라는 아버지와 정반대되는 인물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자신의 삶의 해결책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건다.

 

조던은 평생에 걸쳐서 정리해놓은 물고기 표본들이 대지진으로 파괴되었을 때, 절망하지 않고 그나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물고기에다 이름표를 꿰어 붙였다.

어떻게 해서 그런 힘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그런 힘이라면 무너진 자신의 삶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작가는 조던을 집요하게 탐구해나간다.

 

나 역시 혼돈에서는 조금은 벗어난 상태였으나 혼돈이 또 찾아오지 않을까 두려운 상태였기에 작가가 조던에게 그랬듯이 이 책이 나의 해결책이 되어주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은 한편으론 오만하다는 것이다. 어떤 역경에도 어류를 분류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조던은 종에는 서열이 있다고 생각했고 우생학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가난,장애,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를 가진 사람들을 강제로 불임 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독살에 관여하기도 했다.

 

의지와 노력으로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는 신화는 희망을 주지만 그것은 반쪽짜리 희망이다.

혼돈은, 파괴는, 무너짐은 언제 오냐에 문제지 어떻게 하면 빗겨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한번은 빗겨갈 수 있어도 영원히 빗겨가지는 못한다.

 

오히려 인간은 혼자선 살 수 없는 약한 존재라는 한계를 받아들이고, 내 주변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고난 속에서 사람을 살게하는 힘은 사랑이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도 사랑이 없으면 무너진다.

그러니 내가 무탈히 살아있다는 건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그 태도가 혼돈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혼돈 속에서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고 우린 모두 소중하니까.

뻔한 말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다른 세계는 있지만 이 세계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