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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책 리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주개척 시대 그러나 우리

 

 

 

과거를 다루든, 미래를 다루든, 나오는 등장인물이 사람이 아니든 모든 소설은 꾸준히 지금 우리는? 에 대해 묻고 있다. 이 단편집 역시 과학이 발전한 근미래를 다루고 있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지금 우리에게 있다. 

 

김초엽작가는 어느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이라고 말한다.- 손석희 앵커

 

8개의 단편집 모두 과학을 기반으로한 공상과학 소설이다. 작가가 화학과 석사학위까지 받아서 그런지 소설에 과학적인 기반이 탄탄히 다져져 있다. 

몇몇 작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건보다 설명이 더 많긴 했지만 그럼에도 뒤에 내용이 궁금해졌고 다 읽고 나면 따뜻함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맘에 들었던 부분은 작가가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각 단편마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여성의 목소리가 잘 담겨져 있었다. 보통 과학자 하면 남성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에서 이름을 보기전에 과학자라고 해서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여성이라서 살짝 놀랬고 그렇게 생각한 나를 되돌아 보게되었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여성이라는 성에서 오는 여러 구조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차별을 담담하게 보여줘서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관내분실>에서는 남편과 합의하에 아이를 가졌지만 모성애라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자 자신의 엄마가 살아있다면 어떤 말을 해줬을지 알기 위해 고인의 뇌를 분석해 데이터로 저장해 놓는 도서관에 가지만 관내에서 분실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분실된 어머니의 마인드를 찾기 위해 지민은 이제까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의 삶 아니, 어머니 이전에 "김은하"였던 사람의 흔적을 살펴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명이라는 소중함 이전에 "김은하"라는 한 개인의 이름이 지워지고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모성애가 당연시 된다는게 맘이 아팠다. 

 

나의 어머니 역시 어머니 이전에 한 사람이었을 텐데 나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시고 사회에서 단절되셨다. 사회에 나를 남기는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 소설을 읽고 조금이나마 나의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우주영웅에 관하여>라는 소설은 지구의 역사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여성이라는 성은 아무리 성공했고 자질에 문제가 없음에도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검증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혹자는 성차별이 이제는 없다고 말한다. 많이 나아졌으니 이제는 그만 조용히하라고 하지만 여성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구조적 폭력이다. 과학이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검증받고 여성성을 강요받고 있는 여성화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이 가지는 또다른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