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충동적인 여행이 로망이었다. 그 로망을 실현하고 싶어서 2주전에 무작정 역으로가서 한 시간뒤에 출발하는 열차 표를 발권했다. 처음부터 조치원에 가려던게 아니라서 조치원 표를 끊기 전까지는 조치원역이 어디에 있고 거기에 뭐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무계획이지만 그래도 너무 무계획으로 다니기에는 조치원역이 별게 없다. 인터넷에서 조치원역 가볼만한 곳을 검색해보니까 조치원 시장. 공원, 저수지를 많이 추천했다.
그중에서 문화공원을 가보았는데 블로그의 사진과는 다르게 동네 작은 공원이라서 실망했다. 이름이 그럴듯 해서 뭔가 있는줄 알았는데 남는 거라곤 코로나로 문닫힌 건물과 귀가 멍해질 정도로 맹렬하게 우는 매미 뿐이어서 자괴감이 들었다.
문화공원 근처에 있는 저수지인데 물비린내가 심했다. 이대로 가다간 아무 소득없이 집으로 돌아가겠다 싶은 위기감이 들었다.
열차시간까지 3시간 남짓 남았고 3시간이라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인공호수라는 세종호수공원을 가기로 했다.
다시 조치원 역으로 돌아가 801번을 탔다. 한참을 달려 문화체육관광부 정류소에서 내렸다. 교육부건물을 지나 직진하다보면 세종국립도서관이 나온다. 수박 껍질 모양처럼 길다랗고 네모난 곡선은 책을 형상화 한것이라고 한다.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조금더 가면 세종호수공원이 나온다. 그날이 광복절기념행사여서 노래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보시는 트로트행사 였는데 음료수를 마시면서 잠시 구경했다.
세종호수공원을 본격적으로 돌아다닐 때쯤에는 날이 완전히 저물어서 밤이 되었다. 분수대와 조형물에 조명이 켜졌다.
호수 중앙에 있는 세호교는 호수를 가로지르면서 인공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자전거와 자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고
아기들은 하나같이 야광해파리느낌이 나는 풍선을 손에 쥐고 있었다.
세호교를 중앙에는 불꽃섬이라고 수상공연장이 있었다.
집에서 30분 거리에도 호수공원이 있는데 거기는 30분이면 호수한바퀴를 다 돌 수 있는데 여기는 세호교에서 보기에도 한눈에 다 안 담아질 정도로 규모가 넓었다.
작정하고 다 보려면 적어도 4시간정도는 있어야할 거 같다. 나중에는 낮에 가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호수를 끼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이고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덕분에 조치원이라는 곳을 알게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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