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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일상다반사

쿠팡 알바 후기: 덕평 hub

죽어가는 통장잔액을 소생시키기 위해 상하차보다는 쉽다는 쿠팡알바를 도전했다.


업무는 상품을 분류해서 상자에 넣는 단순노동이지만 피크타임일때는 물건이 쉴새없이 쏟아져서 절대 쉴수가 없다. 영혼이 탈곡되는 걸 경험했다. 7시간정도 기계부품이 된 것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발목,손목이 끊어질 거 같았고 일하고나서 다음날을 꼬박 침대에 누워있었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해야되서 허리통증이 장난아니다. 체력이 약하면 말리고 싶은 알바다. 그래도 다음날 오후되면 알바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 또다시 텅장이되면 아마 할지도 모른다....






8월 8일 5시에 지원문자를 보냈고 당일 밤 11시가 넘어서 출근확정 문자를 받았다. 

생각보다 문자가 늦게와서 아... 안됐구나 싶었는데 인내심을 갖고 새벽까지는 기다려보면 문자가 온다.

메시지에서 하라는 대로 쿠팡셔틀을 깔았다. 


발권을 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안내문자가 연달아 왔다. 

아니... 쿠팡 오후 6시에 일하는데 오후 4시에 안내사항 알려주면 어떡합니까?






1차 진입장벽- 쿠펀치와 출근 


버스타고나서야 쿠펀치를 깔아야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눈물을 머금고 데이터를 키고 어플을 깔았는데 계정을 만들기 위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계속 오류가 발생했다. 덕평물류센터에 가서야 오류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어플이 너무 불친절하다ㅜㅜ


덕평 물류센터에 도착하면 사람들을 따라서 2층에 도착하면 출근절차를 밟아야하는데 처음 온 사람은 뭐가 뭔지 전혀 알수가 없어서 출근하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메뉴얼이 나와있긴 하지만 읽어도 모르겠어서 노란 조끼 입으신 분한테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한가지 팁이 있다면 라벨을 제거한 물병을 꼭 챙기자. 작업장에 들어가면 휴계실로 가서 물마실 겨를도 없다. 어차피 다른 물건들은 반입금지고 휴대폰은 신분증(일을 할려면 꼭 지참해야한다.)과 함께 걷기 때문에 물병을 우선순위로 챙기는걸 추천한다.




 2차 진입장벽- 대기시간이 길다.


우여곡절 끝에 출근 절차를 마쳤다면 이제 업무를 배정받을 때까지 한시간가량의 대기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 때는 기다리는 게 지루해서 그냥 빨리 일이나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분명 출고를 지원했는데 그날 오후 조에서 HUB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HUB가 뭔지도 모르고 업무를 변경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HUB는 상하차였다;; 출고일 때는 급여가 9만원이었는데 HUB로 바뀌니까 10만원을 준다고 고지할 때부터 일이 좀더 빡셀거라는걸 예상했어야했다...

뭐 알아도 일용직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바뀌었다면 바뀐대로 해야한다.




(3) 노가다 그리고 노가다 


또다시 출근 절차를 거치고 7시가 되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하는 방법은 간단해서 잘 알려주지 않는다. 현장에 투입되면 숫자에 맞게 물건을 상자에 넣으라는 말만 알려주고 바로 일을 시작한다.

내가 들어가던 시간이 물량이 쏟아질 때라 처음부터 정신없이 일했다. 


그렇게 일하다보니까 시간이 빨리 갔다. 10시 40분에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같이 일하시던분이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셔서 식당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정도로 몸이 지친상태였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맛있었다. 고등학교 급식퀄리티 정도로 식사가 나오는데 나름 괜찮았다. 


식사시간은 40분인데 가는 길을 좀 헤매서 5분늦게 도착했다. 이러면 같이 일하시는 분께 민페니까 휴계시간을 잘 지켜야한다. 양심에 찔려서 12시에 휴식시간이 20분 주어지는데 그때 15분만 쉬었다. 


새벽 2시가 되니까 일하시는 분 말씀대로 상품들이 좀비때처럼 몰려왔다. 넣어도 넣어도 계속 밀려오니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지쳤다. 목장갑이 땀과 물로 축축하고 손목은 아프고 작업장에 먼지가 공기가 좋지 않아서 호흡하기도 힘들었다. 




퇴근 체크는 꼭 하기


연장업무로 일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타야했고 정신이 없는 상태라서 퇴근체크를 미처 하지 못했다.

퇴근체크를 하지 못하면 다음날 오후에 받을 수 있는 돈을 모레나 글피에 받을 수 있으니  퇴근체크를 잊지 말고 해야한다.


내 체력상 연달아서 하기는 힘들고 가끔씩 돈이 없으면 한번쯤은 해볼만한 일이다. 오늘 11만원 (hub오후조 임금 10900원 +인센티브 만원 지급)이 들어온걸 보고 기분이 좀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몸이 좀 아프다.... 역시 시급이 조금 쎈 데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