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봉한 세인트 주디는 영화 포스트만 봐도 기승전결이 뻔히 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법정영화가 그렇듯 이민자 여성이 추방되지 않도록 그녀를 변호하고 재판을 승리로 이끈 변호사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결말을 보기위해, 뒷이야기를 알기위해 보는 영화는 아니다.
메시지에 ,메시지에 의해, 메시지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인트 주디>는 올곧은 신념과 진실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영화는 시스템에 의해 차별받고 탄압당하는 모든 약자들에게 세상이 아무리 너의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해도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알라딘의 <speechless> 장면을 볼때보다 이 영화에서 더 큰 위로와 응원을 얻을 수 있었다.
둘다 침묵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전자는 기득권층 여성의 목소리이자 그녀의 상상이었다. 자스민이 그 노래를 부르고 한 말은 의리를 지켜라는 봉건적인 명령이었다. 그녀의 노래는 알라딘의 스토리 라인을 바꾸지는 못했다.
후자는 현실을 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강자인 주디 우드가 약자인 이민자 여성 아세파가 본국으로 추방 당하지 않도록 변호하는 과정에서 여성간의 연대를 엿볼 수 있었다.
주디 우드의 노력 뿐만 아니라 아세파의 용기와 명석함으로 이들은 재판에서 승리했으며 이후 입국이 거부되면 명예살인의 위협을 받는 수많은 이민여성들의 생명까지 구할 수 있었다.
아세파는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었다.
아프카니스칸에서는 여성이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갖는 것을 매우 경계시한다.
탈레반은 이를 정치적 활동이라 간주하고 이들을 체포하고 폭력을 서슴치 않는다.
아세파의 강인함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나올 수 있었다.
아세파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칼을 선물해주며 여자는 고양이처럼 소리를 죽이며 다녀서는 안된다고 사자처럼 우렁차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한다고 말한다.
이 영화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변호사 주디우드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머니일때 주디우드, 한 개인으로서의 주디우드의 모습이 복합적으로 담겨있었다는 점이다.
주디 우드 주변에 있는 인물들 역시 무조건 선하거나 악하지 않고 입체적이어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다.
물론 연결부분이라던가 등장하는 이유가 약간은 헐거웠다. 영화가 흥미진진하려면 갈등구조가 점차 쌓여서 절정부분이나 결말에 터트려야하는데 이영화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미흡했다. 가장 하이라이트인 법정장면은 생각보다 루즈했다. 좀 더 과감하게 역경을 연출했으면 어떨까 싶다.
그럼에도 두 여성캐릭터의 자기주도적인 면모와 약자에 대한 메시지가 주는 여운은 컸다. 한동안 이 영화를 곱씹게 될거같다.
여성 인권외에도 여러가지 삶의 교훈들이 담겨있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작품성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다. 재미를 원한다면 적합하지는 않지만 인권과 법질서 사이의 충돌, 사회의 모순, 진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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