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와 창작의 방/영화 서랍장

프리다 그해 여름 - 잔잔하지만 잔잔하지 않은



93년 여름 고아가 된 프리다가 외삼촌 집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6살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다. 


6살이라고 해서 어른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들과 동정섞인 눈빛을 모르는 건 아니다. 밖은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지만 그녀에게는 93년 여름은 차갑고 어두운 세계다.

외삼촌 가족은 프리다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러나 부모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프리다는 친자식인 아나에게 주는 애정과 자신에게 주는 애정의 미묘한 온도차이를 또렷이 알고 있다. 그것은 외삼촌 가족이 의도한 것도 아니고 악의도 없지만 한창 사랑이 필요한 6살 아이에게는 가혹하기만 하다.






아나가 더 사랑받는 것만 같은 질투와 소외감은 6살 특유의 미운짓(?)으로 나타난다. 같이 놀자고 조르는 안나를 숲속으로 대려가 숨겼고 외숙모가 아나를 찾자 어딨는지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나쁜 마음에서 한 행동은 아니였기 때문에 아나가 팔이 다치자 그녀의 깁스에 그림을 그려준다. 예쁨받고 싶다는 욕구는 서투른 실수와 말썽을 일으키지만 외삼촌과 외숙모는 그녀의 속마음을 알리가 없다.


프리다는 여기는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할머니집으로 가기위해 짐을 챙긴다. 아나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는 언니 사랑한다고 말한다. 감정적으로 폭발하거나 눈물이 흐르는 장면도 아니였는데 마음이 찡했다. 때론 울지않는 게 더 슬픈 법이다.


프리다는 외삼촌이 아나와 자신을 놀아줄 때 진실한 애정을 느끼고 이유없이 울음을 터트린다. 그동안 질투에도 슬픔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프리다는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를 보기전에  누군가가 울어서 나에게 위로가 된 것은 처음이었다 라는 한줄 리뷰를 봤었는데 정말로 프리다가 울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두번 봤는데 처음 봤을 때는 영화의 엔딩부분이 갑자기 끝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의 어머니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말이 이해가 안갔는데 이 영화가 감독의 어린시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엔딩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사촌동생 아나가 너무 귀여웠고 프리다를 연기한 아역배우의 연기가 빛났다. 연기가 아니라 반응에 가까웠다는 평론가의 말에 100% 동의한다.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을 정도로 뜨겁고 청량한 시골 풍경의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흐름은 잔잔하지만 그 안의 담긴 마음은 결코 잔잔하지 않아 영화를  다 보고 난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