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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영화 서랍장

미드나잇 인 파리- 지금이 아닌 언젠가는 결국 지금이 된다.



미드 나잇 인 파리는 마지막 30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전에 1시간이 이 30분을 위해 존재했다고 할 정도로 결말의 임팩트가 크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가득하던 1920년의 파리를 동경하는 길

1920년에 살지만 진정한 예술의 부흥기는 1890년 벨리포크라 생각하는 아드리아나

그러나 1890년에 살고 있는 고갱과 다른 예술가들은 르네상스가 진정한 황금기라 말한다.


길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늘 지금이,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그리워하고 환상을 품지만 그 막상 그곳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찬가지로 지겨운 일상일 뿐이다. 

지금, 여기가 행복하지 못해서 다른 공간으로 도피한다 한들 얼마지나지 않아 그곳 역시 지금, 여기가 된다.


아드리아나와 길의 세기를 뛰어넘는 판타지 로맨스인줄 알았는데 깨달음을 얻은 길은 쿨하게 그녀와 작별하고 2010년으로 돌아온다. 약혼자와도 마무리를 짓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파리에 남아있기로 한다. 


길은 레코드 가게에서 만났던 점원을 재회하고 둘은 비맞으면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호감을 느낀다. 비오는 파리 밤 거리를 우산 없이 걸어가는 둘의 모습에서 우리의 황금기는 지금, 여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는 주인공이 허밍웨이, 피츠 제럴드, 피카소, 달리 등 유명 예술가들과 조우하는 장면에 있다. 얼떨결에 그는 1920년으로 오자마자 위대한 개츠비 작가와 그의 부인과 인사를 하게 된다. 이어서 허밍웨이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눈다. 100년정도 차이가 나는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주인공의 인싸력이 부럽다. 심지어 허밍웨이와 그의 지인은 길이 쓰고 있는 소설을 긍정적으로 평한다. 역시 주인공이라서 버프가 오졌다.






실제 인물과 배우의 싱크로율이 미쳐버렸다. 다른 배우들은 분위기가 비슷하네. 정도였는데 이 사람은 이름도 말하기도 전에 살바도르 달리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다. 5분정도 밖에 안나오는데도 존재감이 뚜렸했다.  낯이 익는다 싶었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악역으로 나왔던 배우다.





진정한 황금기는 과거의 영광이 아니고 바로 지금이라는 것, 그러니 가슴이 이끄는 것에 열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잔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예술가들을 사랑한다면 추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