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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책 리뷰

한국 단편소설 추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단편소설이 특화되있다. 부담없는 분량에 꽉 찬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단편 소설에 매력이다. 오늘은 한국 단편 소설 중에 작품성이 좋거나 재밌게 읽었던 작품을 추천하려고 한다!

 

 

 

 

  

1. 조해진 작가의 사물과의 작별

 

 

 

1975년도에 일어난 재일교포유학생 간첩조작사건을 배경으로 쓴 단편 소설이다. 

유실물 센터에서 일하는 '나'는 알츠하이머로 투병중인 고모를 간호하고 있다. 고모는 18살때 자신에게 서류를 보관해달라고 부탁한 서군을 짝사랑한다. 시간이 지나도 서군이 오지 않자 고모는 직접 서군이 다니는 대학에 해당 서류를 보내지만 얼마안가 신문에서 서군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자신이 서류를 보낸 것 때문에 서군이 고문을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고모는 60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서군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롭게 살고 있다.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괴롭혀 온 고모의 삶이 정말 안쓰럽게 느껴진다.

 

주인을 잃은 물건은 유실되서 찾는 이가 없으면 잿더미로 소실되는 것처럼 고모 역시 국가에 직접적으로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폭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고 있으며 국가에 의해 유실되었다.

국가의 폭력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2. 황정은 작가의 상류엔 멩금류

 

 

 

제목 부터가 특이하다. 강의 상류 그리고 멩금류 둘 사이의 관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야기는 '나'가 제희라는 남자친구를 만났었을 때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제희네 가정은 제희가 어렸을 때 빛더미로 주저앉았고 가족끼리 힘을 모아 가난을 이겨냈다. 때문에 제희의 누나들은 서둘러 자격증을 따고 취직을 했는데 나는 이를 불합리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힘들 때 둥그렇게 모여 화합하는 제희네 가정에 귀속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제희는 가족나들이를 계획했고 나는 제희네를 따라 수목원에 가게된다. 짐카트를 내리다가 복사뼈를 다친 제희. 시퍼렇게 멍이 들정도로 심하게 다쳤음에도 제희는 묵묵히 짐카트를 혼자 떠맡는다.  

 

소설은 필름 카메라로 풍경들을 잡아내듯 과거에서 과거를 회상한다. 계수나무 아래 수로에서 도시락을 먹는 장면에서 불협화음의 절정에 다다른다.  의미심장한 상징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있고 인물들의 감정선이 섬세하다. 소설을 읽고나면 왠지 모르게 영화 기생충이 떠오른다.

 

 

 

3. 최은미 작가의 라라네

 

 

 

라라네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정소설이다. ~합니다. ~하지요 같이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어투는 마치 지금도 어딘가에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라고 경고하는 듯 하다. 2013년 어린이집 머릿니 사건을 모티브로 쓴 작품이다.

 

7살 짜리 라라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머리를 가지고 있다. 머리에는 머릿니가 바글바글 하다. 라라의 양육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엄마 전나경을 대신해 언니인 유라가 도맡고 있다. 유라와 라라는 성이 다른 이복자매다. 

 

유라는 머릿니를 없애기 위해 라라의 머리에 독한 약을 뿌린다. 뿌려도 죽지않고 알을 까는 머릿니가 마치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고 방치하는 전나경같아 치가 떨린다. 유라는 라라의 머리를 자르지 않는 조건으로 라라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을 때 마다 라라를 때린다.

 

집에서 거의 방치되고 있는 라라는 유치원에서도 혼자서 논다. 어느날 유라는 유치원 선생님한테서 라라가 구석에서 유아자위를 한다는 말을 듣게된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3인칭 시점으로 보여준다. 전나경은 알코올 중독자인 전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그 폭력은 전나경에서 유라에게 유라에서 라라에게로 이어진다. 마치 라푼젤의 탑 처럼 고립된 옥탑방에서 폭력은 약자에게로 끊임없이 되물림되고 있다.

 

 

 

4. 김영하 작가의 크리스마스 캐롤

 

 

 

알쓸신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김영하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추리적 요소와 살인이 나오는 만큼 속도감 있게 소설이 진행된다. 2017년 후반부터 시작되서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미투운동이 떠오르는 소설이다. 

 

영수는 진숙이 크리스마스 이브날 살해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아연실색한다. 서둘러 정식을 만나려고 할때 영수의 아내가 건내준 편지에는 진숙이 보낸 크리스마스 편지가 있었다.  전날 중권,정식과 함께 진숙을 만났던 영수는 식은땀이 난다. 대학시절 그는 증권, 정식과 함께 진숙을 잠자리 상대로 공유했다. 마냥 백치소녀로 알았던 그녀는  환경운동가가 되어 크리스마스 이브날 그들을 모두 불러모은다. 

 

누가 진숙을 죽인 범인인가 궁금하게 만들면서도 범인이 밝혀지고 나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캐롤 송은 건전지가 닳을 때 까지 울리지만 창밖으로 던져버리면 아무도 듣지 못하듯이 피해자의 고통은 엄연히 존재하지만 가해자들의 뇌리속에서는 무관심에 의해 철저히 지워져버린다. 

 

오빠가 돌아왔다 단편집에 수록되어있는 소설이다.

 

 

 

 

*****

1년동안 읽었던 단편 소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20~30분 안에 읽어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