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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영화 서랍장

작은 아씨들 영화 리뷰

어릴 적 아동문학전집을 통해 읽었던 작은아씨들의 마지막은 메그와 브룩의 결혼식이었다.

어른이 돼서 다시 보게 된 작은 아씨들에는 어릴 때 아무리 찾아도 없었던 그 후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다.

 

 

(스포 주의)

 

가난한 교사와 결혼해 작은 것 하나도 맘대로 사지 못해 힘들어하는 메그, 뉴욕으로 가서 작가가 되지만 원하는 글은 쓰지 못하는 조, 성홍열의 후유증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베스, 유럽으로 가 그림을 배우지만 애매한 재능을 깨닫고, 부유한 남성과 결혼하려고 하는 에이미, 조에게 청혼을 거절당하고 유럽에서 방황하다 에이미를 사랑하게된 로리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 왜 국내 아동문학 책들은 1부만 번역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내 멋대로 추측하자면 어른의 자질구레하고 마냥 밝을 수만은 없는 현실을 아이들이 미리 알 필요가 없으니, 네 자매의 가난하지만 행복한 유년시절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가득 담겨있는 1부만 출판한 것이다.

 

어른이 돼서 다시 본 작은 아씨들은 마냥 행복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그들의 가족애가 빛이 났다.

 

영화는 성인이 된 2부와 유년시절의 1부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현재를 먼저 보여준 다음에 현재의 상황과 감정선을 설명해줄 수 있는 과거의 에피소드를 제시하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친숙한 내용임에도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면서 보게되는 매력이 있다. 

 

현재 장면은 어둡고 차가운 색상을 과거 장면은 따뜻한 색감을 쓰면서 어른으로 독립하면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내면의 갈등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에피소드를 일어난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만 모든 등장인물이 하나 하나 생생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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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로리가 에이미와 결혼하는 건 머리로는 이해가 되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조는 다른 남자랑 이어졌지만, 로리가 에이미랑 결혼 했으니 혼자 남은 조가 외롭지 않도록 대충 꿇리지 않는 남자인물을 창조해서 데려다 놓은 느낌이다. 

원작의 스토리가 그렇기 때문에 이건 어쩔 수 없긴 하다. 

 

 

2019년 작은 아씨들은 첫 장면부터 조가 다른 남자랑 이어질거라는 조짐이 보이고, 로리를 지나치게 반기는 에이미를 보여줌으로써 이 둘 역시 뭔가가 시작되겠구나 라는 복선을 깔고 시작한다.

 

에이미를 은근히 무시하는 조, 그런 언니를 이기고 싶은 조와 에이미의 관계, 어릴 때부터 로리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보인 에이미의 모습이 차곡 차곡 쌓였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로리의 결혼이 위화감이 들지는 않는다. 

티모시 살라메의 잘생긴 얼굴과 그윽한 눈빛이 저 얼굴이면 언니 전 썸남이라도 가로채고 싶겠다 라는 설득력을 주었다.

 

아동문학 전집에서는 베스의 성홍열로 대고모 집에 맡겨진 에이미의 에피소드가 비중있게 다뤄졌는데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빠져있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으나, 에이미가 철부지 소녀에서 현실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생략된 것은 관객들이 로리 입장에서 에이미를 느껴보라는 감독의 의도라 생각한다.

 

 

조와 재회한 로리는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그녀에게 느꼈던 사랑과 에이미에게 느낀 사랑이 다르다고 고백한다.

 

로리가 조를 사랑하는 이유는 조의 명랑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도 있겠지만, 유년시절 행복한 기억들의 중심에는 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리에게 조는 우정에 가까운 사랑이라면, 에이미는 책임과 헌신이 조금 더 강한 사랑으로 보여진다.

 

고백하기 직전의 순간조차도 해적선이라도 타서 도망갈까라고 말하는 조와 달리 에이미는 언니의 대체물이 되기 싫다고 현실을 직시한다.

 

로리는 한 없이 어린아이가 될 수 있는 조 옆이 행복했다. 그러나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을 수 없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조의 거절로 유년시절을 붙잡으려는 꿈이 완전히 상실되고 한동안 방황한다.

그런 그에게 에이미는 어른이 되라고 충고한다. 영원히 동생일줄 알았던 에이미가 못 본 사이에 자기보다 한참 어른이 된 것을 보고 로리는 그녀에게 이성적인 매력과 동시에 가야할 길을 제시 받았다는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름다운 영상미, 오브제의 공통점과 감정의 기원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과거와 현재,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어린 시절 추억의 책이었던 작은 아씨들이 한편의 문학 작품처럼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어릴 때는 재밌기만 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따뜻함 속에 현실적인 슬픔이 들어있어서 4자매의 우애 그리고 4자매를 지혜롭고 다정하게 품어주는 어머니의 모습이 한층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가족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가족이 많은 거 같아서, 영화를 보면서 서로를 아끼고 안아주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조금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