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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창작의 방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력해진다면?: 정유정 28


안녕하세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거리의 사람들이 줄어들고 행사가 전면 취소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본원지인 우한은 말그대로 전쟁터고 우한 바깥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염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나 책들은 많이 있을텐데요. 현재 많은 영화유튜버들에게 화재가 되고 있는 컨테이젼이 대표적인 예죠. 전염병이란 소재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데 매력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유정작가의 악의 3부작중 두번째 소설인 28일. 7년의 밤과 종의 기원도 정말 재밌게 읽었지만 28은 다양한 인간군상이 맞물려져 돌아가고 상황이 극적으로 흘러간다는 점이 차별성 있습니다. 밤을 새서 읽을 정도로 재밌었어요.






가상도시 화양에서 벌어지는 28일간의 사투를 5명의 인물과 1명의 개의 시점으로 그린 소설

이 소설의 전염병은 개와 사람이 공통인수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정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루즈해질 틈없이 숨가쁘게 사건이 진행됩니다.




1. 소방대원 기준


신혼 초인 그에게는 만삭의 아내가 있다.

신고로 들어간 가정집은 온통 눈이 뻘건 개의 사체로 가득했고 한 남자가 눈이 시뻘건 채로 변기에 쓰러져 있다. 그 환자를 기점으로 아파트 경비원, 동료 소방구조대원들이 하나같이 같은 증세로 사망하고 공익으로 들어온 동해는 혼란해진 틈을 타 사라진다.  모든 것이 봉쇄된 도시 화양에서 그에게 남은 것은 가족뿐이다. 



2. 간호사 수진

빨간 눈병 환자가 들어온 뒤부터 몇시간 이내로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병원에 쏟아지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와 간호사들도 감염되면서 안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병원은 죽어가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병원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화양을 떠나지만 실종된 아버지가 살아있을거란 희망을 품고 시체 안치소가 된 병원을 지키고 있다. 

(작가가 간호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병원 묘사가 리얼리틱하다.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3. 수의사 재형


 몇년전 개썰매 대회에서 늑대를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한 그는 썰매와 연결된 밧줄을 끊고 혼자 살아남았다. 죽은 개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드림랜드라는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재단을 만들어 운영한다. 그러나 드림랜드를 고발하는 기사때문에 드림랜드는 썰매개 양성소라는 오명을 갖게 된다. 첫 감염자가 발생했던 아파트에 거주하던 소녀가 재형에게 강아지가 아프다며 대려왔고 드림랜드에도 전염병이 퍼진다. 



4. 기자 윤주


익명의 제보로 드림랜드를 고발하는 기사를 쓴 윤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가 화양에 갇히게 된다. 얼떨결에 재형의 집에 묶게 되면서 자신이 쓴 기사가 오보였단걸 알게되고 죄책감을 느낀다. 재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캐릭터.


(재형과 윤주의 티격태격하는 캐미가 심각한 상황전개 속에서 덜 지치게 해준다. 둘의 관계를 보는 재미가 있다.)



5. 동해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들어간 군대에서 앙심을 품을 때 마다 군견을 죽이 되도록 팬뒤 혀를 잘라버려서 군대에서 방출되고  공익요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혼란한 틈을 타서 탈출한 그는 어머니한테 연락해서 비상금을 얻으려고 하지만 이를 알아차린 아버지가 그를 정신병원에 보내버린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병원은 관리가 허술했고 건물 방화와 살인끝에 병원에 탈출한다. 각성한 동해는 복수를 준비한다. 악의 3부작 답게 사이코패스다.



(유년시절에 야뇨증을 앓았고 동물학대부터 시작한다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잘 담아냈다.)



6. 링고


첫 사망자가 발생한 가정집에서 탈출한 개. 쌈개로 품종개량했기 때문에 얼핏보면 늑대와 닮은 풍체와 체구를 가졌다. 그 가정집에 갇힌 개중 유일하게 전염병에 면역되있다.  인간을 증오하고 경계한다. 산속에 숨어지내다가 재형이 키우는 시베리안 허스키인 쿠키를 사랑하게 된다. 

 

(시턴 동물기를 보는 것처럼 전혀 유치하지 않게 개의 습성을 잘 담아냈다.)





처음에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갈등을 일으키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드러나는 류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화양이라는 가상의 신도시가 국가에 의해서 봉쇄되고 안에서는 실제하는 전염병이 도시를 휩쓸고 밖에서는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감으로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초반 장면은 영화 감기가 연상되기도 하고 인간 그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소름이 돋습니다.


도시를 봉쇄하고 감염자든 비감염자든 확인하지도 않고 도시를 나가는 사람이면 총으로 쏴죽이는 국가의 폭력이 전염병보다 더 무서웠어요.


사람에게 상처받은 것은 사람에게서만 치유받을 수 있다는 말처럼 고통속에서도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건 다른 사람의 존재였습니다. 


매일 나를 찾아와서 한두마디라도 건내줄 수 있는 사람, 어딘가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희망, 모든 것을 잃었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옆에 있다는 사실들이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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